최근 통합특별시 설치 특별법안들이 조급하게 추진되고 있다. 수도권 일극 체제의 극복과 지방 소멸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명분하에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의 행정통합은 ‘편익만 있고 비용이 없는 유일한 정책’처럼 이야기되고 있다. 재정특례를 포함한 권한이 확대되더라도 ‘결정의 권한’은 더욱 멀어지고, ‘통제’는 약화되는 ‘초광역적 집권’의 문제만 잉태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행정통합은 조건이 맞을 때만 효과가 나타나는 매우 까다로운 실험이고, 통합은 한번 시작하면 계속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경로의존’을 만드는 특성이 있다.
이들 특별법안의 특징은 첫째, 기존 ‘광역 자치단체’를 폐지하고, 정부 직할의 '통합특별시'를 설치하여 서울특별시 수준으로 격상한다는 것이다. 둘째, 부시장 급수 상향, 정무직 부시장 신설, 행정기구 및 정원 운영의 자율성 등 독자적인 조직운영 특례를 포함하고 있다. 셋째, 수백 개의 조문과 특례로 중앙정부의 핵심 권한(경제, 산업, 도시계획, 교육자치 등)을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법안에 명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방세 감면특례, 교부세 산정특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내 별도계정 설치 등을 통해 ‘한시적’으로 연간 수조원 단위의 재원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통합 법안들이 ‘외형적’ 규모 확대를 지향하고 있으나, 시·도민의 의견 수렴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선거 일정에 맞춘 속도전으로 추진되면서 밀실·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이 있다. 반면 이번 행정통합 논의는 어렵게 열린 정치적 기회를 붙잡아야 하는 전환국면이기 때문에 이상적인 절차보다 통합 이후 주민주권과 실질적 자치가 후퇴하지 않도록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지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더 전략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그 동안의 논의 과정을 지켜보며 우려되는 점은 ‘지방분권’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의사결정권을 이양하는 것이고, 균형발전은 재원이나 자원 등을 분산함으로써 ‘지역 형평화’를 꾀하는 것이다. 최근 논의는 후자에 매몰되는 착시현상에 빠져 있는 것 같다. 광역행정 처리방식은 행정구역을 통합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능과 정책, 재정과 권한을 연결하는 ‘연합’ 등 다양한 광역행정 처리 방식이 무시되고 있다.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개선을 확보해야만 한다.
먼저, ‘포괄적 권한이양’ 체계로의 전환이 포함되어야 한다. 사무 하나하나를 법령으로 넘겨받는 나열식 이양 방식은 입법 공백과 행정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유럽의 분권국가들처럼 법령이 금지하지 않는 한 지자체가 모든 사무를 수행할 수 있는 '포괄적 권한이양' 체계의 도입이 아쉽다. 둘째,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한된 구조이므로, 지역 특성에 맞는 법 제정이 가능하도록 ‘자치입법권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세 째, 국세의 지방세 이양 비율 확대 등 지자체가 독자적인 ‘과세권’을 가질 수 있는 세원이양 중심의 제도적 보완이 무시되었다. 특별법안의 재정지원 조항이 '지원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넷째, 민주적 정당성과 갈등관리 기제가 보이지 않는다. 주민투표 등 실질적인 주민참여를 통한 ‘상향식 동력’을 확보하여, 통합청사 소재지 등 갈등을 조정할 구체적인 장치가 작동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통합 효과가 대도시로만 쏠리지 않도록 낙후 지역에 대한 배려와 다핵 구조의 균형발전 전략이 명시된 치밀한 상생 설계가 필요하다.
정부가 제시하는 '재정 지원'과 '특례'의 인센티브에 끌린 통합은 진정한 자치가 아닌 또 다른 형태의 중앙정부에 재정적 종속을 낳을 우려가 있다. 광역통합과 함께 풀뿌리 민주주의를 더욱 강화하는 근본적인 자치분권이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헌법 개정 없이 어떠한 예외나 한시적 특례조치로는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어렵다. 현재의 헌법과 법체계에서 자치입법권 이양의 추진은 어렵고, 조세의 종목과 세율을 법률로만 정하게 되어 있어 근본적 재정분권을 이룰 수 없는 족쇄인 것이다. 지방 정부들도 ‘특별자치도’ 및 ‘특례시’와 같은 예외 적용의 명분으로 ‘특’이라는 용어를 붙이는 한시적인 각자도생의 측은한 모습을 버리고, ‘분권형 개헌’ 요구를 촉구해야 할 시점이다. (끝)